
"수능 만점자도 떨어지는 시대" - 우리 아이 교육,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어제 학원 상담을 하다가 한 학부모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원장님, 요즘 코딩이 중요하다는데... AI가 다 알아서 코딩해주는 시대에 우리 아이가 굳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할까요?"
그날 저녁, 우연히 읽은 기사 한 편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주더군요. 수능 만점자도 서울대에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처음엔 '요즘 입시가 그렇게까지 어려워졌나?' 싶었는데, 기사를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대학이 원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 '과정'
기사에 따르면 2028학년도를 기점으로 대입이 '점수 중심'에서 '역량 증명 중심'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지금 중학생들이 대학 갈 때쯤이면 완전히 다른 게임 룰이 적용된다는 거죠.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날까요? 런던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처럼, 지금 학생들의 50% 이상이 100세까지 살고, 생애 동안 5~7개의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질 거라고 합니다. 한 번 배운 지식으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대학들이 원하는 건 "지금 당장 정답을 잘 맞히는 학생"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며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창조하는 학생"입니다.

학원을 운영하며 느낀 것
2015년에 원당에서 학원을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째네요. 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이 에러를 해결하던 순간들입니다.
코드가 안 돌아가서 30분 동안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결국 세미콜론 하나 빠진 걸 찾아냈을 때. 알고리즘 대회 문제를 3번 틀렸다가 네 번째 시도에서 다른 접근법으로 성공했을 때. 그 순간 학생들 눈에서 빛나던 그것. 그게 바로 기사에서 말하는 '역량'이 아닐까 합니다.

프로그래밍 교육이 특별한 이유
사실 프로그래밍만큼 '실패를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학습 환경'도 드뭅니다.
코드를 짜면서 에러를 안 만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초보자는 물론이고 20년 경력 개발자도 매일 디버깅을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숙련자는 에러 메시지를 읽고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뿐이죠.
기사에서는 '실패 이력서'라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중 겪은 실패와 극복 과정을 기록하는 거죠.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경험을 매일 합니다.
- "처음엔 이중 for문으로 풀었는데 시간초과가 나서, 해시맵으로 바꿔서 해결했어요"
- "Firebase 인증을 구현하는데 계속 오류가 나서, 공식 문서를 3번 읽고 나서야 비동기 처리 문제였다는 걸 알았어요"
이런 이야기들이 바로 대학이 원하는 '탐구 과정'이고 '문제 해결 태도'입니다.

AI 시대, 코딩을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
앞서 한 학부모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AI가 코딩을 다 해주는데 왜 배워야 하나요?"
기사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시험 시간에 AI 사용을 전면 허용한답니다. 대신 AI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냅니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의 원인 3가지"를 물으면 AI가 즉답하죠.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외교 상황을 현재 한반도 안보와 비교하고, AI가 제시한 해법의 윤리적 한계를 비판하시오"라고 물으면? 인간의 통찰이 필요합니다.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입니다. ChatGPT에게 "파이썬으로 구구단 출력 코드 작성해줘"라고 하면 완벽한 코드가 나옵니다. 하지만:
- 이 코드가 왜 이렇게 작동하는지
-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지
- 내가 만들려는 프로그램의 맥락에서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 AI가 제시한 코드의 보안 취약점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은 기본기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AI는 도구일 뿐, 도구를 제대로 쓰려면 그 분야를 이해해야 합니다.

실제로 학생들은 어떻게 배울까?
KOI 대비반 학생들을 보면, 단순히 알고리즘을 외우는 게 아닙니다. 같은 문제를 여러 방법으로 풀어보고, 각 방법의 시간복잡도를 비교하고, 왜 이 방법이 더 나은지 토론합니다.
Python부터 시작해서 머신러닝까지 배우는 학생들은 단계별로 프로젝트를 만들어갑니다. 처음엔 간단한 계산기, 그다음엔 데이터를 다루는 프로그램, 나중엔 자신만의 AI 모델까지. 실패하고 수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포트폴리오로 쌓입니다.

학부모님께 드리는 제안
기사는 학부모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으로 3가지를 제시했습니다:
- 자녀에게 '한 가지 주제'를 선물하라 - 모든 걸 골고루보다, 진심으로 흥미 느끼는 한 가지를 3년간 깊이 파라
- 'AI 활용 일지' 작성 습관화 - AI를 어떻게 썼고, 뭘 비판적으로 수정했는지 기록
- 실패를 대화 주제로 - "오늘 뭐 배웠니?" 대신 "오늘 실패한 게 있니? 어떻게 해결했니?"
상담하면서 가끔 이런 학부모님을 만납니다. "우리 애는 수학도 해야 하고, 영어도 해야 하고, 코딩은 시간 날 때만..."
그런데 대학도, 미래의 직장도 원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 차라리 한 분야에 미친 듯이 빠져본 경험, 실패하고 일어선 경험,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 그게 진짜 경쟁력입니다.

마치며
10년간 학원을 운영하면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진짜 배움은 즐거움에서 시작된다는 것.
억지로 시켜서 앉혀놓은 학생과, 스스로 재미를 느껴서 앉아있는 학생은 1년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전자는 겨우 문법을 외우고, 후자는 자기만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죠.
2028년의 대입이 어떻게 바뀌든,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숫자로만 평가받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고,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학생들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
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 실패하고 배우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가장 강력한 입시 준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당에서, 오늘도 학생들의 에러 메시지와 씨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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